리커트 척도 5점과 7점, 무엇을 고를까

설문 문항을 만들다 보면 리커트 척도를 몇 점으로 할지 정해야 하는 순간이 옵니다. 5점과 7점 중 무엇이 더 낫냐는 질문에 하나의 정답은 없지만, 선택을 대신 정해주는 조건은 분명히 있습니다. 고를 수 있는 상황인지부터 가려낸 뒤, 정말 고를 수 있을 때 무엇이 달라지는지 정리했습니다.

고를 수 있는 상황인지부터 확인합니다

학위논문에서 리커트 척도를 쓸 때는 대개 기존에 개발된 측정 도구를 가져옵니다. 이때 척도의 점수 수는 그 도구의 일부입니다. 원 도구가 7점으로 개발되고 타당화되었다면, 그것을 5점으로 줄이는 순간 내가 쓰는 것은 그 도구가 아니라 내가 변형한 도구가 됩니다.

변형이 금지된 것은 아니지만 대가가 따릅니다.

  • 선행연구의 평균·표준편차와 직접 비교하기 어려워집니다. "선행연구보다 점수가 낮게 나왔다"는 해석을 쓸 수 없게 됩니다
  • 원 도구의 신뢰도·타당도 근거를 그대로 가져다 쓰기 어렵습니다. 내 자료에서 다시 확인해 보고해야 합니다
  • 번역본을 쓴다면 번역·타당화 과정에서 확정된 응답 범주 표현까지 함께 손대게 됩니다

그래서 기존 도구를 쓰는 경우에는 원 도구의 점수 수를 따르는 것이 기본이고, 바꿨다면 왜 바꿨는지를 논문에 적어야 합니다. 진짜 고민은 문항을 직접 만들 때, 그리고 출처가 다른 도구를 여러 개 섞어 쓸 때 생깁니다.

5점과 7점이 실제로 바꾸는 것

응답 화면

온라인 설문의 상당수는 휴대전화에서 응답됩니다. 7점 척도를 가로로 배치하면 좁은 화면에서 칸 간격이 지나치게 좁아지거나 줄이 바뀌고, 세로로 배치하면 문항 하나가 화면을 다 차지해 스크롤이 길어집니다. 5점은 이 문제가 덜합니다. 점수 수를 정하기 전에 실제 휴대전화에서 문항을 열어 보면 결정이 빨라집니다.

구분의 세밀함

칸이 많으면 응답자가 자기 상태를 더 잘게 나눠 표시할 수 있습니다. 집단 간 차이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연구에서 7점을 선호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다만 응답자가 실제로 그 일곱 칸을 구분해서 쓰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칸을 늘렸는데 응답이 여전히 양 끝과 가운데에 몰린다면, 측정이 정밀해진 것이 아니라 빈칸이 늘어난 것입니다.

범주에 붙일 이름

점수 수를 고르는 일은 사실상 범주 이름을 몇 개 지을 수 있는지를 고르는 일입니다. 7점에서는 "약간 그렇다"와 "그렇다"가 갈리는데, 두 표현의 차이를 응답자가 일관되게 구분할 수 있어야 그 칸이 의미를 가집니다. 이름을 붙여 보고 어색하면 5점으로 줄이는 편이 낫습니다. 숫자만 늘리고 이름을 생략하는 방식은 응답자가 각 칸을 제멋대로 해석하게 만듭니다.

중간점을 없애는 선택(4점·6점)

중립 응답이 너무 많이 나올까 봐 짝수 척도를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선택은 중립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중립인 사람을 어느 한쪽으로 보내는 것입니다. 정말 중간인 응답자와 판단을 유보하고 싶은 응답자가 각각 어느 쪽으로 갈지는 통제할 수 없고, 그 사실은 데이터에 표시되지 않습니다. 태도나 인식을 재는 문항이라면 중간 범주를 두는 편이 해석하기 쉽습니다.

다만 "모름"과 "해당 없음"은 중간 범주와 다른 것입니다. 경험이 없는 사람이 답할 수 있는 문항이라면 척도 한가운데가 아니라 척도 바깥에 별도 선택지로 두고, 분석에서 결측으로 처리합니다.

한 설문 안에서 척도를 섞지 않습니다

도구를 여러 개 가져오다 보면 5점짜리와 7점짜리가 한 설문에 같이 들어옵니다. 응답자는 척도가 바뀐 것을 알아채지 못한 채 앞 문항에서 쓰던 감각으로 답하고, 그 결과는 조용히 자료에 남습니다. 원 도구를 지키느라 섞어야 한다면 최소한 다음을 지킵니다.

  • 같은 척도의 문항끼리 묶어 한 구역으로 배치하고, 구역이 바뀔 때 안내 문장을 넣습니다
  • 모든 칸에 범주 이름을 표시합니다. 숫자만 두면 척도가 바뀐 것을 더 알아채기 어렵습니다
  • 점수 수가 다른 문항의 값을 그대로 더하거나 평균 내지 않습니다

정하는 순서

  1. 기존 도구가 있는지 확인합니다. 있으면 원 도구의 점수 수를 따릅니다
  2. 직접 만든 문항이라면 범주 이름을 일곱 개 지어 봅니다. 억지스러우면 5점입니다
  3. 휴대전화에서 문항 화면을 열어 봅니다
  4. 사전조사에서 응답자에게 각 칸의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지 물어봅니다

배포한 뒤에는 고칠 수 없습니다

척도 선택이 되돌리기 어려운 이유는 응답이 초반에 몰리기 때문입니다. 맞썰에서 오간 맞설문 요청 3,108건을 집계해 보면, 요청이 붙은 시점에 그 설문은 등록된 지 중앙값 1.1일이었습니다. 설문을 올린 직후에 응답이 가장 활발하게 오간다는 뜻입니다. 절반쯤 모은 뒤에 척도를 바꾸면 앞뒤 응답을 합칠 수 없고, 그때 버려야 하는 응답은 이미 전체에서 작지 않은 몫입니다. 점수 수는 배포 전에 끝내야 하는 결정입니다.

논문에는 이렇게 적습니다

측정 도구를 기술하는 절에 다음을 남겨 두면 심사에서 되묻는 일이 줄어듭니다.

  • 몇 점 척도이며 양 끝과 중간 범주의 이름이 무엇인지
  • 원 도구에서 점수 수를 바꿨다면 무엇을 어떻게 바꿨고 왜 바꿨는지
  • 역문항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 여러 척도를 섞었다면 어떤 문항이 어느 척도였는지

5점과 7점의 선택은 연구의 성패를 가르는 결정이 아닙니다. 다만 아무 근거 없이 고른 뒤 설명하지 못하면 그때부터 문제가 됩니다. 고른 이유를 한 문장으로 쓸 수 있으면 충분합니다.

본문에 인용한 수치는 맞썰(MATSSUL)의 서비스 집계값이며, 기준 시점은 2026년 9월 12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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