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떠올리는 이탈리아는 어디서 만들어졌나
가본 적 없는 나라에 대해서도 우리는 의외로 할 말이 많습니다. 이탈리아라는 단어를 들으면 몇 가지 장면이 거의 자동으로 떠오릅니다. 그런데 그 장면들은 대부분 직접 본 것이 아닙니다. 어디선가 흘러들어와 쌓인 것들이 한 나라의 인상이 되어 머릿속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것을 국가 이미지, 혹은 국가브랜드라고 부릅니다. 오늘은 그 인상이 어디서 만들어지는지, 그리고 그것이 우리의 판단에 어디까지 개입하는지를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이탈리아라는 단어가 불러오는 것들
사람들에게 이탈리아를 떠올려보라고 하면 나오는 답은 대체로 몇 갈래로 나뉩니다.
- 음식 — 파스타와 피자, 에스프레소, 식사에 들이는 시간
- 패션과 디자인 — 밀라노, 가죽 제품, 옷과 가구의 마감
- 예술과 역사 — 로마의 유적, 르네상스 회화,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라는 표현
- 기계 — 스포츠카 브랜드들, 손으로 만든다는 이미지
- 사람과 기질 — 표현이 큰 사람들, 가족 중심, 느슨한 시간 감각
- 여행담 — 소매치기 주의, 복잡한 행정, 제시간에 오지 않는 열차
흥미로운 것은 이 목록이 서로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정교한 수공예의 나라이면서 동시에 일이 느리게 처리되는 나라이고, 예술의 정점이면서 동시에 여행 주의보가 붙는 곳입니다. 같은 나라를 두고 정반대에 가까운 인상이 공존합니다. 그리고 사람마다 그중 어느 쪽이 먼저 떠오르는지가 다릅니다.
그 인상은 대개 직접 경험에서 오지 않았다
한 나라를 직접 가본 사람은 소수입니다. 그런데도 이미지는 거의 모두에게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것은 어디서 왔을까요. 대체로 다음 경로들입니다.
- 영상 콘텐츠 — 영화, 드라마, 예능의 배경으로 나온 도시. 배경은 줄거리보다 오래 남습니다
- 제품 — 옷의 라벨, 가방의 각인, 자동차 엠블럼. 물건이 나라를 대신 설명합니다
- 음식 — 국내에서 먹은 그 나라 음식. 현지의 것과 같지 않아도 인상은 거기서 만들어집니다
- 교과서 — 세계사 수업에서 배운 시기의 인상이 통째로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 주변 사람의 여행 이야기 — 한 사람의 나쁜 경험담이 광고 수십 편보다 강하게 박히기도 합니다
- 스포츠 — 특정 리그나 국가대표팀을 통해 그 나라를 처음 알게 되는 경우
이 경로들은 균일하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의 이탈리아는 거의 전부 음식에서 왔고, 어떤 사람의 이탈리아는 축구 중계에서 왔으며, 어떤 사람의 이탈리아는 미술 교과서 한 페이지에서 왔습니다. 위 목록을 읽으면서 자신의 경우는 어디였는지 짚어보시면, 그 인상이 얼마나 우연한 경로로 만들어졌는지가 보입니다.
같은 물건에 나라 이름이 붙을 때
국가 이미지가 흥미로운 이유는 그것이 감상에 그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마케팅에서는 이것을 원산지 효과라고 부릅니다. 같은 품질의 물건이라도 어느 나라에서 만들었다고 적혀 있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평가가 달라지는 현상입니다. 가죽 가방에 붙은 이탈리아라는 단어, 시계에 붙은 스위스라는 단어, 전자제품에 붙은 독일이라는 단어가 그렇게 작동합니다.
여기서 의견이 갈립니다. 한쪽은 이것이 합리적인 신호라고 봅니다. 특정 산업이 한 지역에 오래 모여 있으면 숙련된 인력과 공급망이 실제로 축적되고, 그 축적은 결과물에 드러납니다. 원산지를 보고 판단하는 것은 편견이 아니라 압축된 정보를 읽는 일이라는 입장입니다.
다른 쪽은 그것이 상당 부분 이미지의 잔고를 쓰는 일이라고 봅니다. 오늘날 생산은 여러 나라에 걸쳐 이루어지고, 라벨은 실제 공정보다 규정과 전략에 따라 붙습니다. 그렇다면 소비자가 추가로 지불하는 금액 중 일부는 품질이 아니라 그 나라에 대해 자기가 품고 있는 인상에 대한 값이라는 이야기가 됩니다.
양쪽 다 일리가 있고, 어느 쪽이 더 크게 작동하는지는 품목마다 다릅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국가 이미지가 취향의 문제로만 남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것은 실제 돈이 움직이는 자리에 개입합니다.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은 함께 온다
한 나라의 이미지에서 좋은 항목만 골라 가질 수는 없습니다. 이탈리아의 경우 느긋함이라는 한 가지 성질이 맥락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읽힙니다. 식탁에서는 여유가 되고, 행정 창구에서는 답답함이 됩니다. 손으로 만든다는 이미지는 장인정신으로도, 표준화의 부재로도 해석됩니다.
그래서 한 나라의 인상을 좋다와 나쁘다로 나누는 일은 잘 되지 않습니다. 대신 이렇게 물어볼 수는 있습니다. 여행하고 싶은 나라인가, 물건을 사고 싶은 나라인가, 일하고 싶은 나라인가, 살고 싶은 나라인가. 이 넷은 한 나라 안에서 서로 다른 답이 나오기 쉽습니다. 어떤 나라는 가보고 싶지만 살고 싶지는 않고, 어떤 나라는 그 반대입니다. 이탈리아를 떠올릴 때 당신의 답은 이 넷에서 어떻게 갈립니까.
이미지는 누가 만드는가
국가 이미지를 만드는 주체를 정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 효과가 큰 쪽은 대체로 민간입니다. 관광청 캠페인보다 한 편의 영화가, 홍보 책자보다 요리 방송 한 회가 더 많은 인상을 남깁니다. 한 나라를 좋아하게 되는 계기는 대개 설득당해서가 아니라 무언가를 즐기다가 옆에 있는 배경을 보게 되어서입니다.
이 점은 한국인에게 특히 가깝게 다가옵니다. 한 세대 전만 해도 한국은 많은 나라에서 뚜렷한 이미지가 없는 나라에 가까웠습니다. 지금은 음악과 드라마와 음식으로 먼저 알려집니다. 그 변화를 만든 것은 국가 홍보라기보다 사람들이 만든 콘텐츠였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이미지라는 것이 어떻게 생기고 얼마나 빨리 움직이는지를 안에서 겪었습니다. 그렇게 보면 다른 나라에 대해 우리가 품은 인상도 지금 이 순간 누군가의 작업으로 갱신되고 있는 중일 것입니다.
고정된 것처럼 보이지만 계속 바뀐다
국가 이미지의 또 한 가지 특징은 관성입니다. 한번 자리 잡은 인상은 실제 상황이 바뀐 뒤에도 한참 남습니다. 어떤 나라는 이미 달라졌는데 사람들의 머릿속에서는 예전 모습으로 남아 있고, 어떤 나라는 반대로 실제보다 빠르게 좋은 인상을 얻습니다. 이 시차가 크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가 가진 인상이 현실의 복사본이 아니라 별개의 것이라는 증거입니다.
그래서 국가 이미지는 조사할 가치가 있는 대상이 됩니다. 사람들이 어떤 나라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는 그 나라의 현재를 알려주는 자료가 아니라, 정보가 사람에게 어떻게 도착하고 어떻게 굳는지를 알려주는 자료입니다.
그래서 당신의 이탈리아는 어디서 왔습니까
이 글은 어떤 인상이 맞는지를 정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국가 이미지에는 정답이 없고, 각자가 가진 것이 곧 자료입니다. 다만 몇 가지를 자신에게 물어보시면 자기 답이 꽤 선명해집니다.
- 이탈리아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장면은 무엇이었습니까
- 그 장면은 직접 본 것입니까, 화면에서 본 것입니까, 누군가에게 들은 것입니까
- 물건에 그 나라 이름이 붙어 있으면 조금 더 지불할 의향이 있습니까
- 여행하고 싶은 나라, 물건을 사고 싶은 나라, 살고 싶은 나라 중 이탈리아는 어디에 해당합니까
- 지금 가진 인상이 최근 몇 년 사이에 달라진 적이 있습니까
바로 이 질문을 연구하고 있는 설문이 이 글 아래에 있습니다. 이탈리아에 가본 적이 없어도 괜찮습니다. 가본 적 없는 사람이 품은 인상이야말로 이 주제에서 가장 중요한 자료이기 때문입니다. 5분이면 충분합니다. 당신의 머릿속 이탈리아가 무엇으로 만들어져 있는지, 답을 남겨 알려주십시오.